매일 아침 눈을 뜨는 것이 두렵고, 출근길이 지옥처럼 느껴지시나요? 특정 상사나 동료의 부당한 언행으로 자존감이 무너지고 업무에 집중하기 어렵다면, 당신은 지금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을 수 있습니다. 많은 피해자들이 ‘내가 너무 예민한가?’, ‘원래 회사 생활은 다 이런 건가?’라며 스스로를 탓하고 고통을 홀로 감내합니다.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은 결코 개인의 나약함 문제가 아닌, 근절되어야 할 명백한 위법 행위입니다. 2019년 7월 16일부터 시행된 근로기준법(일명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피해자를 보호하고 있으며, 당신에게는 부당함에 맞서 자신의 존엄성을 지킬 법적 권리가 있습니다. 이 글은 직장 내 갑질과 괴롭힘에 맞서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처 방법을 제시하여 당신의 잃어버린 평범한 일상을 되찾는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 드리고자 합니다.
목차
직장 내 괴롭힘 대응 절차 요약표
단계 | 핵심 조치 | 팁 |
---|---|---|
1. 인식 및 기록 | 괴롭힘 상황 인지, 6하 원칙에 따라 상세히 기록 시작 | 감정적 대응은 자제하고, 일기나 메모 앱에 날짜, 시간, 장소, 가해자, 내용, 목격자, 당시 감정 등을 구체적으로 남기세요. |
2. 증거 수집 | 녹음, 문자/메신저 대화, 이메일, 업무 기록 등 객관적 자료 확보 | 피해자가 대화 당사자로 참여한 녹음은 합법적 증거입니다. 폭언·모욕적 발언이 담긴 녹취록과 문자 내역이 가장 강력합니다. |
3. 사내 신고 | 회사 내 공식 창구(인사팀, 고충처리위원회 등)에 신고 | 신고 전, 회사의 취업규칙 내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규정을 확인하세요. 신고 시 증거자료를 함께 제출해야 조사가 원활해집니다. |
4. 외부 기관 신고 | 회사가 조사를 안 하거나, 불리한 처우를 할 경우 고용노동부에 신고 | 고용노동부 신고는 회사의 부적절한 조치에 대한 구제 수단입니다. 방문, 우편, 온라인(고용노동부 민원마당)으로 가능합니다. |
5. 법적 대응 | 민사소송(손해배상), 형사고소(폭행, 명예훼손 등) | 법적 대응은 상당한 시간과 정신적 에너지가 소요됩니다. 변호사, 노무사 등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여 실익을 충분히 검토 후 진행해야 합니다. |
6. 정신 건강 관리 | 심리 상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정부 지원 프로그램 활용 | 병원 진료 기록이나 상담 내역은 괴롭힘으로 인한 피해를 입증하는 중요한 증거 자료가 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챙겨야 합니다. |
무엇이 ‘직장 내 괴롭힘’인가? – 법적 정의와 판단 기준
모든 불편한 상황이 법적인 ‘괴롭힘’에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응의 첫걸음은 내가 겪는 일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명확히 아는 것입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는 직장 내 괴롭힘을 다음과 같이 명확히 정의합니다.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
법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아래 세 가지 핵심 요소를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를 이용했는가?
- 이는 단순히 직급이 높은 상사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같은 직급이라도 정규직-비정규직, 선배-후배 관계, 특정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나 권한, 나이, 근속연수, 심지어 다수의 동료들이 한 명을 따돌리는 인적 네트워크 등 사실상의 영향력을 이용하는 모든 경우가 포함됩니다.
-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었는가?
- 업무에 필요한 합리적인 지시나 평가, 비판은 괴롭힘이 아닙니다. 그러나 업무와 무관한 사적인 용무 지시, 모든 직원 앞에서 모욕감을 주거나 큰 소리로 질책하는 행위, 정당한 이유 없이 업무에서 배제(따돌림)하거나 허드렛일만 시키는 행위, 반대로 도저히 수행 불가능한 과도한 업무를 부여하는 행위 등 사회 통념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행위를 의미합니다.
-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켰는가?
- 가해자가 괴롭힐 의도가 없었더라도, 그 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실제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느끼고 업무 능력과 의욕이 저하되는 등 근무 환경이 나빠졌다면 성립합니다. 즉, 가해자의 의도가 아닌 피해자의 입장에서 판단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세 가지 기준을 통해 본인이 겪는 상황이 감정적인 불편함을 넘어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할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해볼 수 있습니다.
싸움의 시작은 증거로부터 – 효과적인 증거 수집 방법
괴롭힘 신고에서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점은 ‘입증 책임’이 기본적으로 피해자에게 있다는 사실입니다. 감정적인 호소만으로는 상황을 바꾸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냉정하고 체계적인 증거 수집이 대응의 성패를 좌우하는 첫 단추입니다.
이것만은 꼭 모으세요: 핵심 증거 리스트
- ① 상세한 기록 (괴롭힘 일지): 괴롭힘이 발생한 직후, 6하 원칙(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에 따라 최대한 상세하게 기록을 남기세요. 날짜와 시간, 장소, 가해자의 발언과 행동, 목격자, 그리고 당시 느꼈던 감정(모멸감, 두려움 등)을 구체적으로 적어야 합니다. 스마트폰 메모장이나 녹음 기능을 활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 ② 녹음 파일 및 녹취록: 폭언, 모욕적인 발언이 오가는 상황에서 당사자 간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에 위배되지 않는 합법적인 증거입니다. 음성 파일은 가장 직접적이고 강력한 증거가 되며, 기관에 제출할 때는 대화 내용을 문서로 옮긴 녹취록을 함께 준비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 ③ 문자, 카카오톡, 이메일, 사내 메신저: 가해자가 보낸 비난, 협박, 업무와 무관한 지시 등이 담긴 메시지는 그 자체로 명백한 증거입니다. 날짜와 시간이 명확히 보이도록 전체 대화 내용을 캡처하고, 가능하다면 대화 내역을 파일로 내보내기하여 보관하세요.
- ④ 업무 관련 기록: 의도적으로 업무에서 배제되거나, 반대로 과도한 업무를 부여받았다면 이를 입증할 자료가 필요합니다. 업무 지시 메일, 보고서, 프로젝트 참여자 명단, 동료와 나눈 관련 대화 내용 등을 통해 부당함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 ⑤ 목격자 진술서 및 증언: 동료의 증언은 객관성을 더해주는 중요한 정황 증거입니다. 다만, 동료가 회사 내 불이익을 우려해 협조를 꺼릴 수 있으므로, 평소 신뢰 관계를 잘 쌓고 신중하게 부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⑥ 정신과 진단서 및 의료 기록: 괴롭힘으로 인해 불면증, 우울증, 불안장애, 적응장애 등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면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하여 진료를 받으세요. 의사의 진단서나 소견서, 상담 기록은 괴롭힘과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결정적인 자료가 됩니다.
혼자 끙끙 앓지 마세요 – 내부 및 외부 신고 절차
충분한 증거가 수집되었다면, 이제 공식적으로 행동에 나설 차례입니다. 신고는 통상적으로 사내 신고를 먼저 진행하고, 해결되지 않을 시 외부 기관을 이용하는 순서로 이루어집니다.
1단계: 회사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세요 (사내 신고)
상시 10인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은 취업규칙에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 절차를 마련할 의무가 있습니다. 인사팀, 감사팀, 고충처리위원회, 사내 온라인 신고센터 등 공식적인 창구를 통해 신고하세요.
- 회사의 의무: 회사는 신고 접수 즉시 객관적인 조사를 실시해야 하며, 조사 기간 동안 피해자 보호를 위해 근무 장소 변경, 유급휴가 부여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 불이익 처우 금지: 만약 회사가 신고를 이유로 피해자에게 해고나 감봉 등 불리한 처우를 한다면 이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는 명백한 범죄입니다.
2단계: 회사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고용노동부 신고)
만약 회사가 신고를 묵살하거나,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가해자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등 부적절하게 대응한다면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바로 고용노동부 신고입니다.

- 신고 대상: 고용노동부는 괴롭힘 행위 자체보다 회사의 조치 의무 위반을 주로 다룹니다. ① 회사가 조사를 하지 않은 경우, ② 피해자 보호 및 가해자 징계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 ③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가 주요 신고 대상입니다.
- 신고 방법: 사업장 소재지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직접 방문하거나, 우편, 또는 ‘고용노동부 민원마당’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으로 진정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 진행 절차: 신고가 접수되면 근로감독관이 배정되어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법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회사에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시정지시를 내리는 등 행정조치를 취하게 됩니다.
최후의 보루 – 법적 구제 수단과 정신 건강 관리
민사소송 및 형사고소
고용노동부 신고는 행정적 구제 절차이므로,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직접 보상받기 위해서는 별도의 법적 대응이 필요합니다.
- 민사소송: 가해자와 회사를 상대로 치료비, 위자료 등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수집한 증거들이 소송의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의 소멸시효 적용)
- 형사고소: 괴롭힘 행위가 폭행·협박·모욕·명예훼손 등 형법상 범죄에 해당한다면 경찰에 형사고소도 병행할 수 있습니다.
무너진 마음을 다독이는 시간, 정신 건강 관리
법적 다툼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정신 건강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은 한 사람의 영혼을 파괴하는 심각한 트라우마를 남깁니다. 두통, 소화불량 등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혼자서 이겨내려 하지 말고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세요.
- 전문가 상담: 심리상담센터나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여 현재의 고통을 털어놓고 전문적인 치료와 상담을 받는 것이 회복의 첫걸음입니다.
- 정부 지원 활용: 근로복지공단에서 운영하는 ‘근로자지원프로그램(EAP)’ 이나 전국 ‘직업트라우마센터’ 등에서 무료로 심리상담을 지원하는 제도를 적극적으로 알아보시고 활용해 보세요.

용기 있는 당신을 응원하며
직장 내 괴롭힘과 갑질에 맞서는 과정은 분명 길고 외로운 싸움이 될 수 있습니다. 차곡차곡 증거를 모으고, 용기를 내어 신고하고, 때로는 법적 다툼까지 벌여야 하는 현실이 버겁고 두렵게 느껴질 것입니다.
하지만 기억하십시오. 당신은 결코 나약하거나 예민한 사람이 아닙니다. 부당함에 침묵하지 않고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낸, 누구보다 용기 있는 사람입니다. 이 글에서 제시한 법적, 절차적 방법들이 당신의 힘든 싸움에 든든한 무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법과 제도는 당신 편에 있으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창구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혼자라고 생각하지 말고, 체계적으로 대응하여 반드시 건강하고 평온한 일상을 되찾으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