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계약, 특히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했을 때 성급하게 가계약금을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계약을 진행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이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법률 지식이 없는 일반인에게는 매우 혼란스러운 문제입니다.
이 글에서는 법률 전문가의 시각으로 부동산 가계약금의 정체부터 돌려받을 수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 그리고 실제 반환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법까지 명확하게 설명해 드립니다.
목차
가계약금, 언제 돌려받을 수 있나?
바쁘신 분들을 위해 결론부터 정리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본문을 참고해 주세요.
| 상황 (Situation) | 반환 가능 여부 | 핵심 근거 및 이유 |
|---|---|---|
| 1. 주요 내용 합의 X (매매대금, 동·호수, 잔금일 등 미정) | O (가능) | 계약의 중요 부분이 특정되지 않아 계약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음. 지급된 돈은 법률상 원인 없는 ‘부당이득’에 해당. |
| 2. 주요 내용 합의 O, 단순 변심 (중요 사항 합의 후 구매자 변심) | X (어려움) | 구두나 문자로도 주요 내용이 합의되었다면 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봄. 구매자의 귀책사유이므로 반환받기 어려움. |
| 3. ‘해약금’ 약정 X (“포기/배액상환” 같은 명확한 약정 부재) | O (가능성 높음) | ‘가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을 해제한다’는 명백한 합의가 없었다면, 계약을 포기해도 가계약금이 당연히 몰수되는 것은 아님 (최신 대법원 판례). |
| 4. ‘해약금’ 약정 O (“계약 파기 시 반환 불가” 특약 존재) | X (불가능) | 당사자 간의 명시적인 해약금 약정(특약)은 유효하므로, 약속대로 가계약금을 포기해야 함. |
| 5. 매도인의 계약 파기 (집주인이 변심하여 계약을 거부) | O (가능) | 매도인의 귀책사유이므로 가계약금 반환은 물론, 해약금 약정이 있었다면 배액 상환까지 요구할 수 있음. |
1. 가계약금, 도대체 법적 정체가 무엇일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가계약금’은 사실 민법에 명시된 공식적인 법률 용어가 아닙니다. 거래 관행상 만들어진 개념이기 때문에 그 성격이 한 가지로 정해져 있지 않고, 당사자들이 어떤 의사로 주고받았는지에 따라 법적 성격이 달라집니다.
- 단순 증거금(증약금): “이 집을 계약할 의사가 있습니다”라는 의사를 표시하는 증거로서의 돈입니다. 본 계약이 체결되면 계약금의 일부가 되지만, 만약 본 계약이 성립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돌려받아야 하는 돈입니다.
- 해약금: 계약을 해제할 권리를 보장하는 돈입니다. 돈을 준 사람(매수인)은 가계약금을 포기하고, 돈을 받은 사람(매도인)은 그 두 배를 돌려주고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제할 수 있습니다. 단, 가계약금이 해약금의 성격을 가지려면 “이 돈은 해약금으로 한다”는 명확한 합의가 있어야 합니다.
- 위약금: 계약을 위반했을 때를 대비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입니다. 예를 들어 “만약 매수인이 계약을 파기하면 가계약금을 위약금으로 몰수한다”는 특약을 했다면, 이때는 위약금이 됩니다. 이 역시 명시적인 특약이 필수적입니다.
요컨대, 별다른 약속 없이 가계약금을 주고받았다면 이는 단순히 계약 체결의 증거인 ‘증거금’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2. 가계약금 반환의 핵심 기준: ‘계약의 성립’
부동산 가계약금 반환 분쟁의 가장 중요한 쟁점은 바로 ‘과연 당사자들 사이에 계약이 제대로 성립되었는가’ 입니다. 가계약서를 썼다고 해서 무조건 계약이 성립된 것은 아닙니다. 우리 대법원은 계약이 성립되기 위한 기준으로 다음의 요건을 제시합니다.
계약의 성립 요건 “매매 계약은 당사자 일방이 재산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 … 반드시 계약서라는 서면이 작성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매매 목적물과 매매대금 등이 특정되고 당사자 사이에 장차 계약을 이행하려는 진정한 의사가 합치되었다면 계약은 성립한다.”
쉽게 말해, 비록 정식 계약서를 쓰진 않았더라도 ① 어느 부동산인지(동·호수 등), ② 총 얼마에 거래할지(매매대금), ③ 대금을 언제 어떻게 지급할지(계약금, 중도금, 잔금일 등) 와 같은 핵심적인 내용에 대해 양측이 구체적으로 합의했다면, 이는 이미 법적 구속력이 있는 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봅니다.
가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경우
위 기준에 따라,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는 부동산 가계약금 반환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 계약의 중요 내용에 대한 합의가 없었을 때 부동산 중개인에게 “일단 찜해둘게요”라며 돈부터 보냈지만, 매매대금 총액이나 잔금일 등 구체적인 조건에 대해 집주인과 직접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이는 계약이 성립되지 않은 것입니다. 따라서 지급한 가계약금은 법률상 원인 없는 ‘부당이득’이므로 전액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 ‘해약금’으로 한다는 명시적 약정이 없었을 때 (가장 중요!) 최근 대법원 판례(2022다247187 등)는 이 부분을 매우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구매자가 변심하면 가계약금은 떼이는 돈’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대법원은 “가계약금을 해약금으로 하기로 약정하였음이 명백하게 인정되어야만” 가계약금을 몰수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즉, 매도인이 “이 돈은 돌려주지 않는 해약금입니다”라고 명확히 고지하고 매수인이 이에 동의한 증거(문자, 녹취 등)가 없다면, 매수인이 계약을 포기하더라도 가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 ‘계약이 무산되면 반환한다’는 특약이 있었을 때 “대출이 나오지 않으면 이 가계약금은 전액 환불한다”와 같은 반환 특약을 미리 걸어두었다면, 당연히 약속에 따라 돈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가계약금을 돌려받기 어려운 경우
반대로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부동산 가계약금 반환이 어렵습니다.
- 계약의 중요 내용에 대해 구체적인 합의가 끝났을 때 문자나 카톡으로 “A아파트 101동 505호를, 총 매매대금 10억 원에, 계약금 1억, 잔금일은 12월 31일로 합시다”와 같이 핵심 내용에 대한 합의를 마쳤다면, 이는 사실상 계약이 성립된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매수인이 개인 사정으로 계약을 파기한다면, 이는 계약 위반에 해당하여 가계약금을 돌려받기 어렵습니다.
- ‘해약금’ 또는 ‘위약금’이라는 명시적 특약이 있을 때 “본 가계약금은 해약금의 성격을 가지며, 매수인의 사정으로 본 계약이 체결되지 않을 경우 반환되지 않는다”와 같은 문구가 명시적으로 포함되어 있다면, 그 약속은 유효하므로 가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없습니다.
3. 돌려받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절차
매도인이 가계약금 반환을 거부한다면, 감정적으로 다투기보다 아래 절차에 따라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1단계: 증거자료 확보 및 내용 정리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증거를 모으는 것입니다.
- 가계약금 이체 내역
- 중개인 및 상대방과 나눈 문자, 카카오톡 대화 캡처
- 통화 녹음 파일
- 가계약서 등 서류 일체
이 자료들을 바탕으로 ‘계약의 중요 내용이 합의되지 않았다’ 또는 ‘해약금 약정이 없었다’는 점을 법리적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2단계: 내용증명 발송
협의가 원만하지 않다면 법적 절차에 앞서 내용증명 우편을 발송합니다.
내용증명(內容證明)이란? 발신인이 수신인에게 어떤 내용의 문서를 언제 발송했다는 사실을 우체국이 공적으로 증명해주는 제도입니다.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상대방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고, 향후 소송 시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는 강력한 증거자료가 됩니다.
- 작성 내용: ① 발신인·수신인 정보, ② 가계약금 지급 사실과 경위, ③ 계약이 성립되지 않았다는 주장 또는 해약금 약정이 없었다는 법적 근거, ④ 반환 요청 금액, ⑤ 반환 기한(예: O월 O일까지) 및 불이행 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경고를 명확히 기재합니다.
- 발송 방법: 같은 내용의 문서 3부(본인용, 상대방용, 우체국 보관용)를 준비해 우체국에 가서 발송하면 됩니다. ‘배달증명’ 서비스를 추가하면 상대방이 수령한 날짜까지 확인할 수 있어 더욱 확실합니다.

3단계: 법적 절차 진행 (소액소송 등)
내용증명을 보냈음에도 상대방이 반환을 거부하면, 이제 법원의 판단을 구해야 합니다. 가계약금은 통상 3,000만 원 이하인 경우가 많아 소액심판청구소송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 지급명령 신청: 상대방이 다툴 여지가 적다고 판단될 때 유용한 절차입니다.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하고, 상대방이 2주 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발생하여 즉시 강제집행(압류 등)이 가능합니다.
- 소액심판청구소송: 일반 민사소송보다 절차가 신속하고 간소하게 진행되는 재판입니다. 소장을 작성하여 법원에 제출하고, 준비해둔 증거자료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면 됩니다. 승소 판결을 받으면 이를 근거로 상대방의 재산을 강제집행하여 가계약금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 가계약금 분쟁은 사소해 보이지만 복잡한 법적 쟁점을 담고 있습니다. 분쟁이 발생했다면 혼자 고민하기보다, 계약 당시의 자료를 가지고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여 자신의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최적의 해결책을 찾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